품앗이

어제 큰 아이가 ”아빠 어릴 때, 논밭에서 농사일 하면서 성장 했다고 하셨는데, 농사일이 좋았어요? 뭐, 재미 있었던 일 생각 나는거 있어요?” 하고는 엉뚱 하게도 진지한 질문을 나에게 했습니다. 이 질문을 듣고, 문득 어릴 때 모내기와 가을 추수 때 논밭을 따라 다니며, 모내기 때는 논에 들어가서 방아개비를 잡고, 가을 추수 때는 까칠한 볏잎에 얼굴을 긁히면서 메뚜기를 잡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잊혀저 가는 민속어 중 하나인 ‘품앗이’ 를 생각 하게 되었습니다.

잊혀저 가기는 해도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모내기와 추수 때, 온 마을 사람들이 2주 에서 3주 동안 순서대로 돌아 가면서, 모내기와 추수를 하고, 아주머니들은 순서가 돌아온 집에서 같이 아침, 점심, 저녁을 준비하고 했습니다. 점심은 아주머니들이 논으로 이고, 들고 해서 배달을 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소리도 하고, 짧은 낮잠도 청하고, 아이들은 추수한 볏단 주위를 돌아 다니며, 메뚜기를 잡고, 서로 누가 많이 잡았나 보여주고 했습니다. 추수 때는 논에 물을 빼 내어서, 논 바닦이 단단 하면서도 촉촉하니 부드러워,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좋았습니다. 더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들에서 먹는 점심 맛이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입에서 침이 멤돌고, 그 전경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 집니다. 밥과 국은 순서가 돌아온 집에서 하고, 그외 반찬들은 다른 이웃들이 서로 다른 것을 가져와, 아주 다양하고 풍성 했으며,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작은 가마솥에서 끓인 구수하고, 담백한 청국장, 온갓 야채를 다 너어 불을 조절 해 가며 가마솥에서 오래 동안 끓인 육개장, 그리고 아주 큰 가마솥에서 한, 가마솥 밥과 누릉지, 이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정겨운 품앗이의 미덕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잊을 수 없는 것은 , 이렇게 서로 돌아 가면서, 주고 받는 돈도 없이 모내기와 추수를 했어도, 논 마지기 수가 적든 많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많은 집은 이틀도 했고, 없는 집은 한나절에 마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하루에 두집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논 마지기 수가 많은 집에서는 추수 후, 품앗이의 연장으로, 겨울에 마을 사람들을 다 불러 점심을 한끼 대접하고, 막걸리 파티를 하면서 밤을 지세우곤 했습니다. 막걸리 파티 때는 아주머니들도 다른 방에 모여, 서로 담화를 나누면서, 배추 부침개, 파 부침개, 깻잎 부침개 등을 하면서,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가진 집에서는 없는 이웃에게 쌀과 다른 음식을 서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차갑고 추운 겨울도 훈훈하기만 했습니다. 올 겨울도 훈훈 했어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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